FROM UNKNOWN PROMENADER
남들이 열망하던 대학교를 중퇴하려고 고민하던 와중, 성인이 된 자식를 향한 최소한의 의사결정권이 있는 아버지께 의견을 구했어요. 아버지는 “나도 너처럼 쉴 새 없이 잔머리만 굴리며 요행과 묘수를 쫓으며 살았다. 복잡한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해결하고 싶어서 고뇌하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그 수가 모두 패착이더라. 깊이 고민할수록 문제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겨우 찾은 실마리를 당겼을 때는 본 적 없던 함정에 빠지게 되더라. 아빠처럼 살지말고 너가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싶은대로 해라. 너무 고민하지 말고.“ 라는 말을 남기셨어요.
26년간 들은 말 중에 가장 위로가 되고 저를 고뇌의 쇠사슬 속에서 해방시켜준 대화였어요.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든 그 문제를 넘기고 싶어라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깊은 심연으로 들어갈수록 불운, 불행, 함정, 패착이라고 불리면서 동시에 괴물, 의지라고 불리는 무언가에 의해 문제의 본질은 잊어버린 채 오히려 상황이 악화가 돼요. 심연의 파도는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조용히 다가와 우리를 덮치는 것 같아요.
더 인간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고 싶고, 행복한 것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 같아요. 그리고 괴물의 형태를 지닌 의지를 인지하고, 인정하되 때로는 당당히 맞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즐기며 행복하게 산 어제처럼 오늘을 살 것이고, 의지의 이끌림에 괴물을 만난 미래의 저도 그 하루를 열심히 살 것임에 틀림없으니깐요.
너무 고민하면서 살지 않기. 문제가 있을 때는 문제의 본질과 문제가 놓인 환경을 직시하고 잊지말기. 지금 떠오르는 생각으로 선택하기.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기. 미래의 나도 열심히 살 것임을 자명하게 만들어 줄 자기확신과 자신감 갖기. 무엇보다 심적으로 힘들 때는 많이 먹고 많이 자기.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인간적인 삶이고 지금의 제 삶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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