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차가워진 공기에 11월을 감각합니다. 말과 계산, 기대와 두려움이 끝없이 교차하는 사이, 우리는 또 한 번 한 달을 절반을 통과했습니다. 세계는 더 많은 의미를 생산하고, 더 많은 속도를 요구하지만,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어떤 순간에는 이렇게 묻게 됩니다.
“이 거대한 전환의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으로 남을 수 있을까.”
요즘은 답을 찾는 일보다 감각을 잃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해석하려는 태도보다 잠시 머무르는 마음이, 계획보다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설명되지 않는 세계 앞에 조용히 서 있는 일이, 가장 지적인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는 동안만큼은 속도를 잠시 내려놓으셔도 좋겠습니다. 말이 너무 많았던 하루였다면, 오늘은 문장을 조금 덜 해석해도 괜찮습니다. 그저 마음이 머무는 문장이 있다면, 그곳에 잠시 기대어 쉬어가시길 바랍니다.
이번 달, 현대산책자는 한 걸음을 더 내딛었습니다. 기술과 테크놀로지가 더 이상 사유의 외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믿음에서, 새로운 라인 ‘프로메테우스'를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과 연산 능력이 문명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시대에,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사유를 점화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산책들은 현대산책자가 준비 중인 새로운 플랫폼 ‘휴먼레코드(Human Record)'에서 이어집니다. 이곳은 현대산책자와 프로메테우스가 남긴 생각들이 조금 느린 속도로 쌓여가는, 작지만 깊은 기록의 자리입니다. 뉴스레터 안의 ‘열람하기’를 누르시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공간만큼은 설명보다 여러분이 직접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으면 합니다. 천천히 둘러보시며, 마음이 머무는 곳이 있다면 오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현대산책자 발행인 이현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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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 번째 산책]
노벨경제학상이 그려준 문명의 곡선
노벨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제정한 상입니다. 경제학을 통해 인류의 복지와 사회 구조의 작동 원리를 새롭게 밝혀낸 연구자들에게 수여됩니다. 즉, 이 상은 숫자와 모델을 넘어 제도·정책·기술·지식의 진보가 문명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탐색하는 자리입니다.
이번 산책에서는 2024년과 2025년 수상자들의 연구를 통해 그 질문을 다시 펼쳐보고자 하였습니다. 수상자들의 사유는 현대 세계가 직면한 불평등, 노동, 기술, 성장의 경계를 세심하게 다시 그립니다. 이번 산책은 두 해의 수상자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문명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보는 여정입니다. 숫자로 쓰인 세계의 윤곽을 조금 더 또렷하게 바라보며,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향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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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 번째 점화]
거품은 사라져도, 인프라는 남는다.
지금의 AI 열광은 또 하나의 1999년처럼 보입니다. 모든 아이디어가 자금을 얻고, 모든 실험이 ‘혁신’이라 불리며, 모두가 미래를 말하지만 아무도 내일을 말하지 않습니다. 거품은 부풀고 광기는 질서를 삼킵니다. 그러나 거품이 꺼질 때마다 문명은 새로운 토양을 얻었습니다. 닷컴 버블은 인터넷을 남겼고, AI 버블은 인프라를 남길 것이라 예상됩니다.
결국 거품이 터진 자리마다 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제프 베조스가 말한 ‘조화의 리듬’은 결국 인간의 리듬입니다. “속도보다 방향, 균형보다 조화.” 진정한 혁신은 가벼운 유행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구조며, 기술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것은 리듬의 무게입니다. 그것이 인간이 만든 문명의 흔적이며, 우리가 여전히 기계보다 앞서 있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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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두 번째 산책]
도파민 중독 시대, 사라진 이야기 기술
이번 산책에서는 발터 벤야민이 말한 ‘이야기의 쇠락’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매일 수많은 스토리가 플랫폼을 통해 흘러가지만, 정작 우리는 이야기하는 기술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기억을 지탱하던 이야기꾼의 시대는 사라지고, 소설은 고립된 개인의 언어가 되었으며, 정보는 가속된 산업 속에서 경험을 대체하는 생산물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감정의 그릇이 아니라 소비되는 형식으로 남았고, 서사는 껍질만 남은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벤야민은 이 침묵 속에서 새로운 야만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전통이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짓는 창조의 상태, 원점에서 말을 다시 시작하는 자들, 그들이 남긴 언어의 잔해 속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합니다. 형식만 남은 시대에 지혜는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어쩌면 해답은 단순합니다. 정보를 넘어 경험을 회복하는 느림의 기술, 다시 읽고 천천히 수행하는 일, 그 속에서 이야기는 다시 부활하고, 지혜가 태어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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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세 번째 산책]
우리는 결코 현대인이었던 적 없다
이번 산책에서는 프랑스의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남긴 사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는 과학기술연구(STS)의 개척자로, 인간과 비인간이 얽혀 세계를 구성한다는 새로운 존재론을 제시한 사상가입니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에서 근대의 이원적 사고를 비판하고, 『존재 양식의 탐구』에서 복수의 진리와 초월성의 체계를 탐색한 그는 철학을 “존재 양식들의 외교”라고 불렀습니다. 현대산책자는 라투르의 사유를 오늘 철학이 도달한 가장 첨예한 지점으로 평가하며, 그의 개념과 문제의식에 깊은 지적 빚을 지고 있습니다. 라투르는 세계를 해체한 철학자가 아니라, 다시 연결한 철학자였습니다.
이번 사유의 초점은 그가 남긴 질문에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 끝난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라투르의 이 문장은 근대의 종언과 동시에 아직 도달하지 않은 시대, 즉 ‘현대’의 문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근대를 벗어나려 하지만 여전히 그 언어와 구조 안에 머물러 있으며, 진보와 효율, 인간 중심의 관념 속에서 세계를 이해합니다. 라투르는 묻습니다. “이제, 당신은 어떤 존재로 살겠는가?” 현대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문 앞에서 서성이는 존재들입니다. 근대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다시 기술해야 하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인간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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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두 번째 점화]
초지능의 시대, 평범함은 필요없다
메타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선언한 ‘평균의 종말’과 초지능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을 다루고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소셜 네트워크의 경영자가 아니라, 초지능을 만드는 인물로 자신을 위치시키며 메타의 AI 조직을 전면 개편하였습니다. 기존의 확장 전략을 멈추고 50~100명 규모의 정예 연구팀을 중심으로 한 슈퍼 인텔리전스 랩을 설계하였으며, 탤런트 밀도라는 원칙 아래 “좌석은 한정되어 있다”는 철학을 제시하였습니다.
저커버그의 리더십은 명령이 아니라 감각과 집중이 중심이 되는 구조로 이동하였고, 초지능의 연구는 통제가 아닌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관점을 드러냅니다. 저커버그가 보기에 AI가 평균적 능력을 대체하는 시대에는 평범한 인간은 더 이상 역할을 갖지 못하며, 살아 남는 것은 판단력과 집중력, 위험을 감수할 의지를 가진 비범한 인간 뿐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AI가 세상을 이해한다면, 인간은 그 세상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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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네 번째 산책]
붓다도 우리처럼 하루하루 견뎌냈는가?
이번 산책에서는 붓다의 사유를 따라 삶의 리듬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산을 오르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내려와야 하고, 언젠가 또다시 그 산을 오르게 되듯이, 삶의 정상에도 완결은 없습니다. 기쁨은 잠시 머무르고, 다시 내려가는 길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럴 때마다 문득 물어보게됩니다. 붓다도 우리처럼 하루하루를 견뎌냈을까.
그는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에도 분명 파도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이번 여정은 ‘더 나은 삶’보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둡니다. 우리는 붓다의 사유를 통해 견딤의 기술, 머무름의 감각, 그리고 삶의 오르내림을 받아들이는 법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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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다섯 번째 산책]
수전 손택, 나는 해석에 반대한다
이번 산책에서는 수전 손택이 말한 ‘해석 이후의 세계’를 따라 예술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세계는 이미 의미로 포화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설명되고 분석되고 정의됩니다. 그러나 예술은 설명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손택은 말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더 많이 느끼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우리는 이해보다 접촉이, 해석보다 체험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예술은 세계를 새로 읽는 것이 아니라, 새로 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웁니다. 손택이 말한 ‘감각의 주권’은 해석의 언어로는 닿을 수 없는 세계에서 비로소 회복됩니다. 의미의 과잉 속에서, 우리는 다시 보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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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마무리하며
이제 11월의 산책을 잠시 마무리합니다. 빠른 흐름 속에서도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느린 걸음 속에서 우리는 속도와 해석을 넘어서는 사유의 결을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대산책자는 언제나 지성의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서로의 생각이 조용히 닿고 스며들어, 일상의 한 구석에 오래 머무는 문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에도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1월의 마지막 산책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현대산책자 발행인 이현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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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큐레이션 플랫폼
현대지성인을 위한 지식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현대산책자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깊이 있는 고민 끝에 큐레이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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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책자는 철학·문학·예술을 주제로 한 세션과 포럼을 기획합니다. 국내 주요 출판사, 문화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지식을 나누고 이를 지혜로 확장하는 자리를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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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도시, 다양한 시선
현대산책자가 구축한 협업 프로세스를 통해, 각 분야의 창작자와 사유자들은 서울을 거점으로 뉴욕, 텍사스, 보스턴, 런던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며, 그들이 포착한 동시대의 새로운 시각과 사유를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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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사라지는 정보의 시대, 현대산책자는 조금 느리게, 그러나 더 깊게 걷고자 합니다.
이 뉴스레터는 철학·예술·문학·과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전합니다.
디렉터와 에디터들의 오피니언, 한 달을 되돌아보는 주요 콘텐츠, 그리고 뉴스레터 구독자만을 위한 단독 콘텐츠까지 담아봅니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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